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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집행위원회 모두발언] '빈 잔'으로 끝난 기시다 총리 답방, '비정상 외교'의 결정판

정의당 국회의원 이은주 2023. 5. 8. 10:56

남은 반잔을 채울 것이라던 한일외교의 물 잔은 결국 빈 잔으로 끝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답방으로 이뤄진 ‘안방 회담’에서조차 국익을 도둑맞았습니다.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사죄는 말도 꺼내지 못했으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미봉에 그쳤습니다. 궤도를 이탈한 ‘비정상 외교’의 결정판입니다.

회담을 하루 앞둔 토요일까지도 정부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호언장담했지만 이내 식언이 됐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일제 강제동원 등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두루뭉술한 ‘개인적 심정’ 표명에 그쳤습니다. 누구에 대한 아픔인지 주어조차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기가 막히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황당하리만치 무지한 태도입니다.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로 ‘주어 논란’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의 개인적 심정에 주석까지 붙여가며 ‘진정성 있는 입장’이라 포장한 것입니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은 ‘유일한 해결책’이라 쐐기까지 박았습니다. 주권국가의 대통령이라 할 수 없는, 실상 일본 해설사의 모습이었습니다.

국민 건강과 안전도 불완전한 담보에 내맡겼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만큼은 방류 반대 원칙을 확실하게 못 박아야 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을 현지 시찰단으로 파견하기로 한 것은 일면 성과로 보이지만 핵심은 실효적인 검증 활동이 가능한가 입니다. 만일 검증이 불가한 '들러리 시찰단'에 그친다면 오염수 방류에 명분만 쥐어주는 꼴이 될 뿐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 한 사람의 신념에 안간힘을 다해 세워온 국익 중심의 균형외교 원칙이 백지화됐습니다. 가치 외교를 앞세워 안보협력을 유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한미간 워싱턴선언에 일본이 참여할 길을 열어줬습니다. 미국의 대중 전략에 그대로 올라타 우리 외교 공간은 좁히고, 이에 대항한 북중러가 똘똘 뭉치도록 판을 깔아준 것입니다.

정의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중심 극단적 외교를 끊임없이 지적해왔습니다. 과거사도 국민 안전도 내팽개치고 빈 잔으로 끝낸 한일 정상회담의 최종 수혜자는 미국이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외신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에 복원했다고 자부하는 셔틀외교가 미국의 대중전략을 완성하는 셔틀버스가 된 것입니다.

우리 외교가 이대로 셔틀버스 노릇을 하게 둘 수는 없습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G7 정상회의에서의 한미일 정상회담이 미국의 대중전략 완성을 선언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의당은 국익 중심의 균형외교 원칙을 관철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