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활동/활동스케치

구의역 참사 5주기 추모제

정의당 국회의원 이은주 2021. 5. 31. 13:20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열차에 치여 생명을 잃은 김군의 5주기 추모제가 고인의 생일이기도 한  5월29일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과 사회적 참사로 희생당한 유가족들과 함께 구의역 대합실에서 열렸습니다.

“일하며 살고 싶다, 살아서 일하고 싶다” 안전한 사회를 위한 공공성 강화와 국가의 책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사고가 아니라 인재였습니다. 지난 20년간 자행된 무리한 인력 감축이 이 비극을 자초했고, ‘죽음의 외주화’는 계속해서 노동자를 희생양 삼고 있습니다.

김군의 죽음에서야 비로소, 일부 업무 직영화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및 차별 시정이 이루어지는 듯 보였지만 그 과정에서 추가 인력 충원이나 재원 투자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정부와 관리자는 현장 노동자를 쥐어짜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오늘도 많은 지하철 노동자들이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노동강도로 일선의 노동자는 여전히 각종 사고와 질환에 노출돼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철도 지하철 현장 산재 670건 중, 사망 사고로 철도공사가 16명, 서울교통공사가 6명, 부산교통공사가 4명 등 모두 2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해마다 3명이 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열차에 치여, 열차에서 떨어져 죽고, 긴 지하 터널을 1인 승무를 하다가 혹은 승객에게 맞는 등 도를 넘는 고객서비스 요구에 마음의 상처를 얻어 급기야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산업재해는 대게 인력과 비용을 축소해 경쟁에서 이기려는 구조적 요인의 결과물입니다. 값싼 효율화 논리로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결과입니다. 그 자리를 기계로 대체하거나, 그 대체물조차 없는 산업현장에 노동자를 사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구의역 김군도, 발전소의 김용균 씨도, 평택항의 이선호 씨도 혼자서 일하다가 생을 달리했습니다. 효율화를 강요하는 구조적 요인이 바뀌지 않는 한 김군과 같은 죽음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입니다.

 

어디 노동자뿐입니까?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과 같은 도시교통의 크고 작은 사고는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 뻔합니다. 승객의 안전한 이동은 역사 뿐만 아니라 궤도, 전기, 신호, 통신, 열차 운전, 정비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업무가 24시간 쉬지 않고 어우러지면서 완성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업무는 제 아무리 스마트한 기계가 들어선다고 해도 결국 지하철 노동자에 의해 감독되고 운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노동자의 안전은 승객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설상가상으로 교통 복지 비용, 코로나19 방역 비용 등의 재정 부담을 운영기관이 지고,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또 한 번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승객, 시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말로만 안전을 말할 것이 아니라 지난 5년을 돌아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정부와 입법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재난의 시대에 ‘천만 시민의 발’을 지키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자는 지하철 노동자들의 절박하고 정당한 요구 묻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계속되는 노동자의 희생을 막아내기 위해 정의당과 저는 여러분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