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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7_의원총회 모두발언

정의당 국회의원 이은주 2021. 4. 27. 15:19


내일은 4월 28일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1993년 태국의 심슨인형 공장에서 188명의 노동자가 화재로 사망했습니다. 일당보다 비싼 인형을 노동자들이 훔쳐 갈까 봐 관리자들이 공장 문을 잠그고 작업한 게 참사의 원인입니다. 이날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는 산재 사망 노동자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의 날을 지정했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산재 사고를 단절된 개개의 사건이 아닌 구조적이고 연속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기 위함입니다.

2020년 우리나라의 산재 사고 사망자는 882명, 질병 재해 사망자는 1,180명으로 지난해에도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산재 사고 사망자를 연간 500명대로 낮추겠다는 국정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연간 20%씩 산재 사망자를 줄여야 가능한 목표였지만 임기 4년 차인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는 2019년에 비해 오히려 27명이 늘어났습니다. 2016년 969명이던 산재 사망자는 문재인 정부 임기 4년 동안 단 87명, 8.98%가 감소했을 뿐입니다. 임기 내에 500명대를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목표는 최저임금 1만 원 등 다른 노동 정책과 마찬가지로 이미 실패가 예견된 상태입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산재 예방의 모범국가로 인정받는 영국은 50년 전인 1970년에 산재 사고 사망자 수 985명으로 오늘의 대한민국과 비견되는 ‘산재 국가’였습니다. 산재 현실을 바꾸기 위해 영국 정부는 로벤스 위원회라고 이름 붙인 정부 위원회를 만들어 2년간 전면적 조사를 실시했고, 그 유명한 로벤스 보고서가 제출되었습니다. 이 보고서 첫 장의 제목은  What is wrong with the system?, 즉 ‘시스템에 무엇이 문제인가?’ 입니다. 바로 철저한 반성을 통해, 영국은 산재 국가에서 안전국가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에서 과연 우리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제대로 된 진단이 있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 초 중대재해법 처리 과정에서 보듯, 정부와 여당은 이 비참한 죽음을 바꿀 의지조차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촛불을 계승한다는 정당이 정권을 갖고 국회의 과반 이상을 가졌지만, 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법 통과를 위한 단식농성이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반 백 년 계속된 기업 보호 논리 앞에 여당은 무릎을 꿇어 처벌 수준을 대폭 완화했고, 전체 산재 사고사의 35.4%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의 사각지대가 됐습니다. 

일터에서 벌어지는 비극과 참사를 멈추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1년 남짓입니다. 지금 국회에는 제가 대표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위한 법안들이 제출되어 있습니다. 이 법안의 처리부터 시작해, 정부와 여당은 산업 현장의 죽음을 막기 위한 마지막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특히 산안청 설립은 기존 행정조직의 통합을 넘어, 산업안전보건 행정을 전면 혁신하고 정부 자원의 투자를 과감히 확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합니다. 저와 정의당은 산안청 설립을 포함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개혁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