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뒤면 67년간 지속되었던 낙태죄의 효력이 사라집니다. 먼저 낙태죄 폐지를 환영합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규제, 억압과 폭력의 역사가 종지부 찍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정해진 시한 내에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합니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1년 8개월이 경과하였고,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6개월이 흘렀지만 「형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한 차례 공청회가 열렸을 뿐입니다. 그조차도 같은 날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낙태죄 폐지에 따른 후속 입법과제 중 핵심인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11월 18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되었으나 시간 부족으로 논의에 이르지 못한 채 소위를 산회했습니다.
정치권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입법 공백의 피해는 또다시 여성들의 고스란히 몫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안전한 임신 중단과 권리 보장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은 2021년 새해의 우선 입법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충분한 정보 제공과 지원을 통해 임산부의 판단과 결정으로 임신 중단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상담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로써 제공되어야 합니다.
안전한 임신 중단을 위한 표준적인 진료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의료의 질이 관리되어야 하며, 임신 중단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약물 정보제공 등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성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피임 교육은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교육이 포함되어야 하며, 동등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성적 권리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또한, 피임부터 임신 중단, 임신의 유지, 출산과 양육에 있어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은 사회계층 간 불평등을 야기합니다. 이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공적 체계 안에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인공임신 중단의 경우에도 유산·사산에 준하는 휴가를 주도록 하여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낙태죄 폐지 이후 우리는 다른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의당은 당론으로 관련 법을 발의하였습니다. 다른 정당들도 논의에 책임 있게 임할 것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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