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활동/의원발언&입장

[본회의 5분 발언] 노조법 개정의 혜택은 결사의 자유를 향유할 모든 노동자와 미래 세대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정의당 국회의원 이은주 2022. 12. 9. 18:08

https://youtu.be/bKrYUGfI0EQ

 

"노조법 개정의 혜택은 결사의 자유를 향유할

모든 노동자와 미래 세대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김진표 국회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정의당 원내대표 이은주 의원입니다. 

지난 주 대법원에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헬기 등을 이용한 불법적 국가폭력에 대항한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원고인 국가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13년만에 법정에서 명예가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상처 뿐인 승리입니다. 그 사이 세상을 떠난 조합원과 가족들은 이 기쁨을 나눌 수조차 없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도 계속됩니다. 조합원 대다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대부분이 매우 고위험군에 속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13년의 과정을 통해,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소가 노동조합을 넘어 인간성 그 자체를 위협한다는 점을, 우리 사회는 확인한 것입니다.
 
지난 주와 이번 주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노동조합법 2조·3조 개정안, 노란봉투법에 대한 심사가 있었습니다. 수 십년간 이어진 손배 피해자들의 고통에,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의 470억원 청구에서 보듯 지금도 계속되는 비극에, 이제야 국회가 응답한 것입니다.

국회가 손을 놓은 사이 손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심각해졌습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CJ이대한통운, 현대제철 등 최근 손배가 청구된 사업장의 공통점은 바로 비정규직 간접고용 사업장이라는 점입니다. 원청기업이 하청에 대해 구체적 실질적 지배력을 미치고 있음에도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전면 거부해, 쟁의행위가 격렬해지고 불법화된 곳이 대다수입니다. 노조법 3조의 손배 면책 문제는 결국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하는 노조법 2조 개정 없이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법안 논의하는 자리에서 정부와 여당은 9개 법률안에 나온 단 하나의 조항도 개정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버티기에 나섰습니다. 사실상 경총 등 사용자단체를 대리하고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현장에서는 기본권을 박탈당한 노동자와 외주화와 손배를 악용하는 사용자 사이의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고 대화를 전면 거부한다니, 정치는 왜 존재하고 정부는 왜 존재하는 것입니까? 

노-사간 논의가 미성숙했다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은 핑계입니다. 이 법이 본격적인 심사를 하게 되기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 논의가 이뤄졌고 각자의 입장은 확인이 됐습니다. 미성숙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의지일 뿐입니다. 만일 거부권 행사를 전제해 두고 반대하는 것이라면, 수 많은 시민들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정치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합니다. 

국민의힘에게도 말씀드립니다.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470억원 손배가 청구되는 현실이 그렇게 만족하십니까? 공익은 사용자의 재산권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실 겁니다. 입장이 다르더라도 이견을 조정하고 좁혀나가는 게 입법자의 의무이고 민주주의입니다. 노조법 개정의 혜택은 일부 쟁의사업장의 노동자만이 보는 것이 아닙니다. 결사의 자유를 온전하게 향유하게 될 모든 노동자와 그리고 미래 세대들이 더 나은 삶을 갖게 될 것입니다. 여당답게 전향적으로 법안을 논의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요청드립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가 돌아가시고 1년 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처음으로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리고 18년만에 노조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진보정당 정의당의 존재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정의당은 이번 겨울 노란봉투법이 입법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