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의당 원내대표 이은주입니다.
오늘 이곳에 오기 전에 대표단과 함께 참사 현장을 한번 더 다녀왔습니다. 정말 피울음이 들리는듯 했습니다. 오늘 너무나 무거운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압사당할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 11번의 절박한 신고 전화가 있었습니다. 일촉즉발의 두려움 속에서 옆 사람과 손잡고 까치발을 들며 버텼지만 현장에는 경찰도, 행안부도, 아니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사회재난의 컨트롤타워인 정부가 총체적으로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참사를 막지 못한 진짜 이유가 무엇입니까. 정말 주최자가 없어서 입니까? 많은 인파가 쏟아질 것을 예측하지 못해서 입니까? 그 무엇도 아닙니다. 매년 세워왔던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은 부실이고, 안전사고가 예상된다는 경찰청 내부 보고서를 뭉갠 무능이 만든 참사입니다. 총체적 부실과 무능이 부른 명백한 인재인 것입니다.
저는 행정과 안전의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책임자들이 마땅히 사과할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모두가 말하는 상식이고, 시민들이 권력을 위임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하나 같이 "제도가 잘못됐다", "내 책임이 아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떠넘기는 데 급급했습니다. 그러고는 희생자를 사망자로, 참사를 사고로 바꾸라며 책임회피, 사건축소의 정점을 보여줬습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이런 정부에 절대 맡길 수 없습니다. 국민 앞에 사과는 고사하고 핑계 대기 바쁜 정부에 무엇을 믿고 진상 규명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희 정의당, 하루라도 빨리 국정조사 추진해서 단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밝혀내자고 제1야당 민주당과 집권여당 국민의힘에 제안했습니다. 바로 철저한 진상 규명이 국회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애도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한목소리로 약속한 정치권이 이번 참사마저 책임지지 못하면 더는 국민 앞에 설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저께 민주당이 정의당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국정조사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대통령실부터 용산구청까지 성역 없이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대원칙도 합의했습니다. 이제 국민의힘만 동의하면 어디서부터 부실이 시작됐고 무능했는지, 어디서부터 바꿔나가야 하는지 밝혀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앞장서 책임져야 할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요지부동하고 있습니다.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국정조사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어디 있습니까.
국정조사는 정쟁이 아니라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자 국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입니다. 국민의힘이 난데없는 수사권 운운하며 국정조사를 정쟁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은 진상규명 가로막고 집권여당으로서의 책무마저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협의할 게 있다면 무조건 안 된다고 억지 쓸 게 아니라 여야 합의를 위한 논의 테이블부터 당장 나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여당으로서의 사명이고 책임입니다.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정치적 침묵은 결코 애도가 아닙니다. 저희 정의당, 애도의 시간을 면피의 시간으로 만들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전면적이고 성역 없는 조사로 책임자 처벌하고, 생명안전사회로 나아갈 근본대책 반드시 만들어내겠습니다. 정의당 원내대표로서 책임지고 해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