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일반 행정관료 조직과 달리 그 업무에 있어 시민권과 인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기관입니다. 따라서 법률에 의거해 신중하고 엄격하게 민주적으로 통제돼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는 경찰을 법치에 따른 민주적 통제의 방법이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치안비서관)을 통한 보이지 않는 통제를 해 왔고, 정부 때마다 ‘사직동팀’과 같은 비법적 조직으로 청와대 하명수사를 해 오다 많은 문제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법치’가 아닌 ‘인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민주주의 원칙과 법률에 의거하지 않은 경찰 통제 관행은 당연히 없어져야 합니다. 또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양으로 비대해진 경찰권의 민주적 통제 문제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찰국에 관해 말씀드리면 행정관료 조직의 민주적 통제에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지만, 우리 현실과 그간 경찰을 둘러싼 문제에 대한 가장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해결책은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해 경찰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정권에 따라 경찰권 행사를 둘러싼 편향 시비를 줄일 수 있고, 경찰 역시 소명의식을 갖고 독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가 경찰 통제 문제를 정부조직법 개정 등 입법과정을 우회해 대통령령과 행안부령으로 해결하려 고집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경찰의 민주적 통제가 목적이라면 그에 부합하는 법률에 입각해 하는 것이 안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길입니다. 시행령에 입각한 통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경찰의 위상을 다르게 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권을 잃은 민주당이 이 문제를 두고 갑자기 경찰 민주화 투사인양 나서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민주화 이후 가장 큰 경찰조직과 권한을 쥐어 준 것은 민주당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경찰의 민주적 통제 문제를 낳은 산파이자 문제의 원인 제공자입니다.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정보경찰 개혁 등 경찰 권한을 분산하는 문제에 집권 기간 내내 가장 소극적이었던 게 민주당입니다. 만약 민주당이 집권했다면, 민주화 이후 가장 큰 권력을 갖게 된 경찰을 청와대 민정수석실 치안비서관을 통해 통제하는 기존의 인치 관행은 더 심화됐을 것입니다.
경찰의 민주적 통제 문제는 반드시 입법부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시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의 논의와 합의 없는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는 그 자체로서 어불성설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권력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서로 반목하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경찰국 문제로 경찰 지휘부와 일선 경찰서장 이후 경찰들이 서로 반목하게 하는 것이 통치의 안정성에 부합하는 것입니까. 이런 정부를 어떻게 시민이 신뢰하고 강력한 권한을 부여할 수 있겠습니까.
윤석열 정부가 통치의 책임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숙고해 보길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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