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청 신설로 대한민국을 재해국가에서 안전국가로 바꿉시다."
존경하는 박병석 국회의장님!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정의당 이은주 의원입니다.
이번 주 월요일 오후 3시 경상남도 산청의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천장 해체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떨어져 사망했습니다. 다음 날 화요일 2시 전라북도 전주에서 상수도 배관 보수공사 중 빗물이 쏟아져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익사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 경상남도 진주의 하수처리장에서는 메탄가스가 폭발해 노동자 1명이 병원으로 실려나갔습니다.지난 4월 스물셋 노동자 이선호 군이 세상을 떠나자 우리 사회는 일제히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너무도 미안하고 부끄러워했습니다. 하지만 또 그 때 뿐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번주에만 또 다른 이선호를 둘이나 떠나보냈습니다.
이 죽음의 행렬은 언제쯤 끝나는 것입니까?
존경하는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매일매일 갱신되는 저 숫자들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는 묻고자 합니다. 산재 사망자 1명이 늘어난 것은 결코 통계 숫자 하나가 바뀐 것일 수 없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와 자매, 동료의 죽음이며, 어쩌면 세상 전체의 상실과도 같습니다. 서울지하철에서 역무원 노동자로 일하며, 지난 20년간 수십명의 동료를 떠나보낸 저의 경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한해 2,000명이 산재로 사망합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산재 사고 사망자를 969명에서 500명대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4년간 단 87명, 9%가 감소했을 뿐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만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산재 사망을 줄이겠다는 정책이야말로 가장 처절히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 어디에서도 이를 통렬히 반성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최근 국내 최대 이커머스업체인 쿠팡의 사용자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산재 사망과 물류창고 화재, 본사의 갑질로 인한 점주 사망에 시민들이 사용을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세상의 상실과 같은 산재 사망에 어찌 이렇게 무감하고, 왜 이렇게 평온한 것입니까? 시민을 닮은 민주주의 정치라면 이 변화를 반의 반이라도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7월 1일, 오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출범했습니다. 수 십년간 정부 부처 1개 국이 담당하던 산업안전보건행정이 비로소 확대 재편된 것입니다. 그러나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장의 죽음을 멈추기 위해서는 예방과 감독 그리고 재활을 위한 행정이 몇 배로 강화되고 근본적으로 개혁돼야 합니다.
특히 산재가 집중된 영세사업장일수록 기술과 설비 지원, 사전적 감독이 처벌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이렇게 취약한 곳에 정부 자원을 집중해야 죽음마저 차별당하는 일을 없앨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영국 등 선진국가들처럼 전문적 산업안전보건행정기구가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산재에 대한 국회의 무감각과 평온함을 이제 끝냅시다. 지금 국회에는 제가 대표 발의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여러 법안들이 제출돼 있습니다. 이 법안들을 조속히 논의하여, 산안청 신설의 일정을 확정지어 주십시오. 산업현장의 죽음을 막기 위해 우리 헌법 96조가 국회에게 부여한 정부 조직 권한을 사용해 주십시오.
이미 김부겸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께서도 동의하신 바 있고, 국민의힘 의원들께서도 그 취지에 공감하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재해국가에서 안전국가로 바꾸는 일에 여야 모두 힘을 모읍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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