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레드라인 넘어선 위헌국회, 양당은 당리당략 아닌 민생예산 마련에 집중해야"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에서 역대 최장의 ‘위헌국회’로 치닫고 있습니다. 헌법에 따른 예산안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났고, 정기국회 종료일인 12월 9일과 국회의장이 제시한 15일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거기다 어제 협상마저 결렬되면서 네 번째 데드라인인 오늘 처리도 난망해졌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끄럽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 8년 동안 법정 시한을 며칠 넘긴 적은 있어도 정기국회 기한을 넘긴 적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매일 매일이 사상초유 사태인 상황입니다. 국회다운 국회를 만들자던 선진화법을 양당이 힘겨루기로 무력화하고, 국회 전체를 후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양당이 만든 위헌국회는 예산안 처리의 데드라인을 넘어 이제 민심의 레드라인까지 넘어서고 있습니다.
양당의 예산안 협상은 시민들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3주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양당의 치킨게임에 서민 예산이 있습니까, 약자와 소수자 예산이 있습니까. 1년째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장애인들의 권리예산이나 63일째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인 시민들의 공공임대주택 예산 문제로 협상이 결렬됐다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예산안 처리를 분수령으로 새해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양당의 당리당략이 깔려있을 뿐입니다. 양당은 철면피한 작태를 중단하고 민생예산 마련에 집중해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사태가 비단 국회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위헌국회 사태 뒤에는 ‘배후 조종자’ 윤석열 대통령이 있습니다.
철지난 낙수효과에 기댄 여당의 부자감세, 이에 대항한 민주당의 난데없는 서민감세론은 애당초 협상의 핵심이 아니었습니다. 부자감세는 양당이 어느 수준에서 조삼모사할 것인지가 공방의 전부입니다.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시행령 통치 예산입니다. 시행령 통치 예산에 대한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윤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상이 파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후 조종에 국회의 예산 심의권이 흔들린다면 국회는 예산을 심사할 이유가 없습니다. 예산안 마련부터 집행까지 전부 행정부 혼자 하면 될 일입니다. 국회 고유 권한인 예산 심의권을 쥐고 흔드는 행위는 국회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양당은 오늘 안에 예산안 협상을 마치고, 위헌국회 사태를 끝내기 바랍니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야당과 협치할 것인지, 대통령 보위조직인 유정회로 남아 강대강 대결정치를 반복할 것인지 택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을 핑계로 기득권 담합 예산에 숟가락 얹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득권 담합 예산의 끝은 더불어국민의힘이 될 뿐임을 분명히 경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