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활동/활동스케치

한국노동문화대상 시상식

정의당 국회의원 이은주 2021. 12. 23. 11:45

지난 화요일 한국노동문화대상 시상식에 다녀왔습니다.


노동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노동을 대표해 오신 알바노조, 전태일 열사의 삶을 좋은 영화로 재조명해 주신 명필름의 심재명·이은 두 분 공동대표, 평소 깊이 존경하는 박태주 선임연구원님, 그리고 김미숙 이사장님까지. 우리 노동 현실의 변화를 위해 헌신해 오시고 용기를 내 주셨던 여러분들이 오늘의 수상자입니다. 축하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대통령 선거가 80일 정도 남았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다음 정부의 국가 비전을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거대한 토론장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가족 문제나 후보들의 범법 문제가 핵심이 되어 버렸습니다. 국가 비전에 대한 경쟁이 아니라, 서로 상대방에 대한 공소장을 남발하는 대선이 되고 있습니다. 단지 짜증이 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일하는 시민들 · 보통의 얼굴을 한 우리 모두의 삶이 대선에서 철저히 실종됐습니다.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민은 삶은 매우 절박합니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 상처들, 노동에서 시작된 불평등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여성,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가장 먼저 고용단절이 일어났습니다.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20% 늘었고, 아예 구직을 단념한 사람도 300만명이 넘습니다. 기존의 노동법, 사회보험 체제는 우리 사회 약자들을 보호하기에 너무도 취약하며, 이 거대한 불평등을 방치한다면 다음 세대 우리 사회는 지속조차 어렵다는 것이, 팬더믹을 거치면서 분명해진 것입니다.


시민들의 막대한 희생 앞에, 정상적인 정치라면 사회를 치유하고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정의당은 고용-근로 관계가 아니라 일을 중심으로 근로기준을 보호하고, 단결권·교섭권을 보장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신노동법>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고용 관계가 아니라 소득을 기준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해 고용단절과 산업재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 <전국민소득보험>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는 노동시장 이중화와 불평등에 맞서, 우리 시대의 노동과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숙고에서 나온 것입니다. 저는 이 정책들은 후보들의 가족 문제보다 몇배나 절실하고 긴급한 과제라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진지한 토론을 요청하며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수상자 여러분을 보면서 잠깐 생각해 봤습니다. 지금 국회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를 놓고 논의 중입니다. 같은 노동자인데 권리는 반쪽 뿐인 노동자를 만들고 있는 근로기준법의 70년 족쇄를 푸는 것이, 대선 다운 대선, 정치 다운 정치를 만드는 첫 걸음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 결단을 해낸 국회라면 다음 번에는 노동문화대상 후보에 오르는 영광도 혹시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수상자 여러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