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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13차 의원총회 이은주 의원 모두발언_처칠의 말이 아니라 처칠의 정치를 기대한다/위기의 고용보험기금, 고용보험 재정확대를 위한 전환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정의당 국회의원 이은주 2020. 9. 1. 09:57

<처칠의 말이 아니라 처칠의 정치를 기대한다>

지난주 새로운 민주당 대표가 선출되었습니다. 집권당의 새로운 대표에 선출된 이낙연 대표에게 동료의원이자 야당의 일원으로서 축하를 보냅니다.

이낙연 대표의 수락 연설이 많이 회자되었습니다. 특히 연설의 마지막에 처칠의 명언을 인용한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한 마디로 대답하겠습니다. 그것은 승리입니다.”는 인상적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은 수많은 명언을 남겼지만, 이낙연 대표가 인용한 문구가 특별한 것은 그것이 처칠이 영국의 그 유명한 ‘전시내각’의 수상직에 오르며 했던 수락 연설의 한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전시정부 또는 전시내각은 임기 중 우연히 전쟁을 당한 내각이나 정부를 지칭하는 말이 아닙니다. 전시내각은 전쟁에 직면한 공동체가 위기 극복이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한 나라의 정치-사회적 의지와 힘을 결집한 정부입니다. 전시정부는 한마디로 반대당이 포함된 정부, 야당과 이견 그룹을 향해서도 권한과 책임을 기꺼이 나누는 민주적 정부 운영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칠이 구성한 전시내각은 역사적으로 그러한 협력을 가장 잘 실현한 정부였습니다.

그래서 처칠이 말한 ‘우리’는 보수당이 아니라 영국 정치공동체 전체를 의미하며, 처칠이 말한 ‘승리’는 보수당 지지층만의 승리가 아니라 영국 시민공동체 전체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낙연 민주당 신임대표가 처칠의 말이 아니라, 위기에 맞서 정치-사회적 협력을 이끈 처칠의 정치를 펼쳐주기를 기대합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중대함에 대해 이제 다른 설명은 필요치 않습니다. 집권당 당 대표직을 수락하며 울먹이지 않을 수 없는 이낙연 대표의 마음 그대로 나 역시 가난한 시민이 직면한 위기의 절박함으로 정부여당의 변화와 협력의 정치를 촉구합니다.

Government of show(전시정부)가 아니라 War Government(전시정부)를 이끄는 리더십을 이낙연 대표가 보여주기 바랍니다.



<위기의 고용보험기금, 고용보험 재정확대를 위한 전환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고용보험기금 수지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2019년 2조877억 원 적자에 이어 코로나 위기와 역대급 수해를 겪고 있는 올해(2020년)은 약 3조3천6백억 원의 적자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적자 폭의 급격한 확대와 더불어 여유자금 운용규모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8년 9조4천4백억 원에서 올해는 4조9백억 원으로 2018년 대비 50% 이상 급감했습니다. 적자는 커지고 쓸 돈은 줄어드는 악순환입니다. 올해 일반회계 전입금 2조7천1백억 원을 투입하고, 공적자금기금에서 3조1천억 원을 끌어왔지만, 기금 고갈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물론 고용보험기금은 경제상황을 비롯한 대외적 환경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인정해야 할 것은 대형 수해와 코로나19 위기가 우연히 발생해 단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변수’가 더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대형재난과 팬더믹은 재정 운용에서 반드시 대비해야 할 하나의 ‘상수’가 되고 있습니다. 일하는 시민의 마지막 안전판이나 다름없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반드시 확보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구직급여 소득대체율은 40%~50% 수준입니다. 이마저도 5인 미만 사업장, 단시간 노동자, 단기-일용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사실상 고용보험에서 배제된 458만 명의 고용 취약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지금의 코로나19 위기는 여전히 취약한 우리의 고용 안전망을 더욱 튼튼히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취업자의 2,100만 명을 고용보험으로 포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고용보험의 보장성이 가입자의 증가만으로 높아질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저는 기금 안정화를 위해 고용보험에 대한 일반회계 전입금을 건강보험의 14%와 비슷한 수준인 15%로 높일 것을 요청합니다. 정부가 앞장서 재정적 책임을 강화한다면, 노사도 사회적 연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은 장황한 정치적 수사의 힘만으로 극복될 수는 없습니다. 고용보험 재정 확대를 위한 전환적 결단,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사회적 컨센서스 없이 직면한 고용보험의 위기는 극복될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전환적 결단, 그리고 이에 기초한 정치-사회적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