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활동/비상대책위원장

제9차 비상대책위원회 모두발언

정의당 국회의원 이은주 2022. 7. 18. 10:35

'국회 공백 50일, 소모적 양당 대결정치 멈추고 시민 위기에 대응해야'

지난 5월 30일 후반기 국회가 시작된 이후 국회의 공백이 50일째입니다. 입법부가 작동하지 못한 50일은 곧 정치 부재의 시간입니다. 행정부를 견제, 감시하고, 사회의 다양한 이견을 조정하고, 시민들의 삶이 최소한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정치는 아직도 부재중입니다.  

정치가 없어도 우리사회의 어떤 부분들은 잘 돌아가며, 정치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나쁘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재벌 대기업에게 정치 부재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정치의 역할이 줄수록 재벌의 자유는 커지기 때문입니다. 많은 관료들에게 국회의 공백은 시행령으로만 일할 수 있는, 더 많은 자유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정치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 한 분이 철창 감옥에 스스로 몸을 가둔지 오늘로 27일째입니다. 저임금 해소와 노동기본권 보장이란 지극히 당연하고 소박한 요구때문입니다. 그러나 하청노동자들에게는 대주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을 대화와 협상으로 끌어 낼 힘이 없습니다. 밥을 굶고 목숨을 거는 것 말고 다른 수단이 없습니다.  

평균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가는 쿠팡 물류센터 중 에어컨이 설치된 작업장은 단 한곳뿐입니다. 4만명이 넘는 쿠팡 노동자들이 에어컨 없는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으며,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며 파업 한 달여를 맞고 있습니다.  

노조 인정과 성실 교섭을 촉구하며 단식 또 단식을 이어가는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들에게 돌아갈 것은 파국 뿐입니다. 


물가, 금리, 환율 3고 시름에 다시 확산세로 접어든 코로나 비상사태 등 복합위기가 몰아치는 현실도 위태롭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의 칼 끝은 우리사회의 가난한 사람들과 약자들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국회 공백 50일은 이 사회의 약자들에게는 의지할 데 없는 가혹하고 고통스런 시간입니다.   

국회가 공전하고 정치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동안 대통령실까지 가세해 여야가 공방을 벌인 것은 민생문제도, 시민의 보건위기에 대한 것도 아닙니다.  

지난 정부의 캐비닛을 뒤져 흠결을 찾고 정치공세의 소재로 삼는 일, 문제가 발견되면 사실을 사실로써 다루기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색칠하는 일에 더 열심입니다. 이것은 시민을 위한 정치라기 보다 당파적 이익을 위한 전쟁에 가깝습니다.  

과거 정부가 해 왔던 적폐청산 정치와 다를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 정치가 남긴 것은 시민의 고통과 분열이며, 사회 경제적 무능입니다. 적폐청산에 몰입한 정부치고 민생을 제대로 돌본 정부 없고, 전쟁이 아닌 정치를 실현한 국회는 없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그리고 민주당에게 호소합니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공허한 이념전쟁이 아니라 정치이고, 그 정치의 제1순위에 시민의 삶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21일 국회를 열기로 양당이 합의한 만큼 소모적 양당 대결정치를 이제는 멈추고, 시민을 둘러싼 위기에 대해 책임있게 응답하는 정치에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