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조사 중간보고 기자회견
일시 : 2020년 6월 23일
장소 : 소통관
■ 이은주 의원 발언
지난 4월 8일, 만 17세의 어린 학생 고 이준서군이 유서 한장 남기지 않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사건은 코로나19와 총선 속에서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단순 자살로 사건을 일단 종결했고, 아무도 이 문제를 제대로 짚지 못했습니다. 자칫 한 가족의 비극으로 그냥 잊혀질 수 있는 안타까운 죽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의문을 가졌던 많은 분들이 계셨고, 고 이준서 군의 유족과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사건을 조사한 권영국 변호사 그리고 학부모 단체와 노동조합 등 많은 시민 결사체들이 고 이준서 학생 사망 사건의 이면,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 분들을 통해 고 이준서 군이 죽음으로서 항변하고자 했던 가혹한 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진상조사 활동의 중간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21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처음으로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진상조사단 권영국 변호사와 함께 사건의 내용을 검토하면서, 이 사건은 단순히 한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될 미래의 노동시민이 교육 현장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어떻게 길러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노동시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 이준서 학생은 직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미래의 노동시민입니다. 노동시민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자기 결정의 자유와 노동기본권 같은 너무나 당연한 시민권의 가치를 알기도 전에 가혹한 조건에서 메달 따는 기계로 강압적으로 훈육되어 왔습니다. 더구나 학교측에 의해 기능대회 준비를 위한 합숙 훈련이 강요되던 시기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던 때였습니다.
업적주의, 1등 지상주의 같은 개발독재 시기에나 어울릴 폐단이 여전히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강요되고 있었습니다.
직업계 고등학교의 교육이 자율적이고 민주적이며 창의적인 노동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대회 메달이라는 성적을 위해 강압과 강제에 순응하고 희생되도록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시민을 기르는 과정이 아니라 노예를 키우는 과정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준서 군의 죽음을 조사하면서 이준서 군이 죽음으로서 웅변하고자 했던 것은, 노동시민의 기본권, 자율적 인간으로 교육받고 성장할 수 있는 권리의 절박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는 앞으로 공대위와 함께 오늘 드러난 기능대회, 특성화고의 강압적 기능반 운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위해 시민의 대표로서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다할 것임을 밝힙니다. 아울러 직업계고의 특별반인 기능반 폐지와 성적 지상주의와 메달 경쟁을 위해 미래 노동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억압하는 기능반과 기능대회의 전면적 개선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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