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보도자료(22)]
‘갑질 호소’ 대전 소방공무원 자살 후 나온 대책이
소방감찰팀에 이메일 제보?
대전소방본부, 5개월 전엔 ‘내부 인트라넷 제보’하라더니
“근거 없는 비방 시 엄중문책” 엄포
지난달 초 휴직 중이던 대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이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대전소방본부가 “건전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며 ‘갑질 등 신고센터 운영계획’을 마련해 일선 소방서 등에 하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갑질 신고센터 운영 계획이 ‘소방감찰팀에 이메일로 자유로운 의견제출을 하라’는 게 전부다. 이메일 제보는 제보자의 신원 노출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속 소방공무원이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에 나온 대책이라기엔 매우 형식적이며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대전소방본부는 5개월 전에도 ‘갑질 대책’이라며 내부 인트라넷망을 통한 신고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대전소방본부의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갑질 등 신고센터 운영계획 알림’ 공문을 확인한 결과다. 대전소방본부는 지난 9월5일 소속 공무원이 자살하자 9월13일 일선 소방서 등에 1매짜리 공문을 하달했다. <붙임 1 참조>
<붙임 1>
공문에 따르면 대전소방본부는 이번 갑질 신고센터 운영을 추진하게 된 배경 및 현황에 대해 “재난현장 등 현장활동 시 지휘감독에 따른 업무수행을 하는 조직의 특성상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 상존”, “조직 내 기성세대와 MZ세대의 문화차이에 따른 소통 부족으로 여러 갈등의 표면화”, “처벌목적뿐만이 아닌 자유로운 의견제출 창구마련으로 권위적인 조직문화 등 개선조치 필요”를 제시했다.
이어 △연중 △전 직원을 대상으로 △소방감찰팀 전원 이메일, 메신져, 온나라 메일 등을 통해 △사실에 근거한 권위주의적 관행 및 갑질 등 위법 부당행위, 직무위반 행위 등 자유로운 의견제출을 하라고 지시했다.
향후 계획으로는 “제출내용에 대한 검토 후 위법사항 해당 시 자체조사(기타 사항은 감찰자료 활용) 및 불합리한 조직문화 해당 사항은 개선조치 요구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 직원 협조 사항으로 “조직 내 경험하고, 느꼈던 권위주의적 조직문화 등 전반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제출/정보공유 및 교육자료 활용”과 “제출된 의견 중 개인에 관한 사항은 소방본부장 및 소방감찰팀에 한정 검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메일이나 메신져 등을 통해 소방감찰팀에 갑질 등 위법 부당행위, 직무위반 행위 등을 신고하라는 것인데, 타 기관들이 신고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익명 보장 신고 시스템 등을 사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일선 소방공무원들도 “감찰팀에 이메일을 보내면 신분이 드러나게 되는 것 아니냐”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전소방본부는 앞서 지난 4월에도 ‘소방공무원 갑질 행위 근절대책’을 마련해 일선 서에 하달한 바 있다. 소통창구를 활성화하겠다며 인트라넷에 ‘소방신문고’를 개설해 제보를 받겠다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었다. <붙임 2 참조>
당시에도 개인 이메일이나 인트라넷으로 신고할 경우 제보자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고율이 저조할 것을 우려한 현장 직원들이 “외부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반영되진 않았다.
대전소방본부는 해당 문서의 ‘갑질행위 근절을 위한 세부 추진계획’ 부분에서 신고처리 절차 설명 말미에 “악의적 험담, 음해성 투고 등 근거 없는 비방 시 엄중 문책”하겠다며 신고자체를 위축시키는 듯한 엄포 문구를 명시해 놓기도 했다.
<붙임 2>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대전소방본부가 인트라넷 ‘소방신문고’를 만들고 나서 접수된 갑질 등 위법행위는 9월 현재 한 건도 없고, ‘갑질 피해신고·지원센터’도 실적이 없다. <붙임 3 참조>
<붙임 3>
이은주 의원은 “소속 소방공무원이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감찰부서에 이메일 제보를 하라는 게 갑질 대책의 전부인지 의문”이라며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기관에 익명 설문조사를 의뢰해 조직 내 갑질 실태를 먼저 진단한 뒤, 그에 맞는 대책을 내놓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직장 내 갑질 등 위법 부당한 행위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을 때도 신뢰할 수 있는 외부기관이 아닌 내부조직에서 조사할 경우 공정성 시비가 붙을 수도 있다”며 “노사가 동의하는 외부기관에서 조사를 맡기는 게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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